Hyeyoung Song, Pianist

June 24, 2017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로의 초대”

Filed under: Column — admin @ 6: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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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부터 포트워스 배스홀에서는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리고 있다. 예선과 준준결선을 거쳐 김다솔, 선우예권, 김홍기 군이 12명이 선발되는 준결선 무대에 진출하였다. 한국인이 세 명이나 준결선에 진출한 것은 콩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뿐더러 수준 높은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 젊은 연주자들을 지켜보자니 기쁨과 대견함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자랑스러운 한국 연주자들과 더불어 주목받는 연주자들을 소개한다.

연주자 자신의 음악에 대한 경외와 기쁨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소통적 연주를 들려 준 김다솔 군은 모든 참가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위촉작품에서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해석으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에서는 완숙한 테크닉과 색채감으로 청중의 귀를 사로 잡았다. 로맨티시즘과 신비주의, 복잡한 화성과 재즈 스타일의 리듬 등 작곡가의 다면적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스크리아빈 소나타 4번에서는 완벽하게 말의 고삐를 지배하는 명수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연주를 했다. 특히 심미적 구성력이 돋보인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에서는 육체적 병약함과 감정적 소용돌이 너머 작곡가의 영혼을 투명하게 건져내었다. 음악적으로 재구성된 24개의 시공간은 바하의 전주곡과 푸가에서와 같이 전우주적이었고, 흡사 영육이 분리 공존하는 베에토벤 후기 소나타에서의 성스러움을 불러 일으켰다. 곡 사이에는 의도적 대조나 연결 보다는 무심한 말줄임표를 던지고 떠났다가, 이내 차가운 현실의 벽 너머 반복적으로 울리는 낮은 음을 따라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곳으로 청중을 인도했다.

진지하고 심오한 예술성을 지니는 동시에 듣는 이를 완전히 설득해 버리는 연주를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특히 이십 대 초반의 혈기 넘치는 젊은 연주자라면. 23살 미국 피아니스트 케네스 브로버그는 이것을 가능케 하는 명연을 선사했다. 투명하고 생명력을 가진 음색과 매 순간을 반짝이고 전율하게 하는 창조적 모멘텀, 특히 하프시코드 음색을 흉내낸 것이 아닌 청중의 귀에서 스스로 상상해서 듣게 만드는 그의 바하는 신기한 마법과 같았다. 명징한 주제와 흩어졌던 퍼즐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게 하는 탁월한 구성력은 모든 스타일의 곡에서 다이나믹과 리듬의 왜곡없이 극적 클라이맥스로 몰아가는 힘을 발휘했다.

실연에 함께 하지 못 해 아쉬웠지만 인터넷 중계를 통해 본 선우예권과 김홍기 군도 심사위원과 청중들에게 각인을 남긴 훌륭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선우예권 군은 정제된 음악성, 흠잡을 곳 없이 조화로운 비율감, 극적으로 몰아치는 힘, 모든 곡에 있어 사려깊은 따뜻한 표현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김홍기 군은 뛰어난 테크닉과 아름다운 음색, 폭넓은 음악성을 지닌 연주를 들려 주었다. 특히 평소 콩쿠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을 연주하며 로맨티시즘의 실타래를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극적으로 풀어내어 무궁무진한 장래성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한 청중은 팔 십 평생에 이 멋진 곡을 처음 들어보게 된다며 연주자에게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참가자 중 가장 아름다운 음색의 연주자라고 할 만한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피에르도메니코, 바하에서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 정통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예술성의 경지를 들려준 중국의 유통 선, 18세의 최연소 참가자이자 심오하고 강렬한 연주를 한 캐나다의 토니 양, 명료하고 시적인 표현력의 홍콩의 레이첼 청 등도 역시 주목해야 할 연주자들이다.

대회 내내 모든 연주를 들었다는 한 노신사는 각 연주자들의 이름 옆에 자신만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종이 한 장을 내게 내밀었다. 하지만 체조나 다이빙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음악에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도무지 어렵다며 이내 곤란한 심정을 토로한다. 순수예술을 경쟁 구도에 놓는 모순적 폐해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받는 기회로서 콩쿨은 젊은 음악도에게 통과의례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콩쿨 결과 자체가 그들의 음악인생에 어떤 의미가 될런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작 콩쿨은 함께하는 청중들에게 더 큰 선물을 선사하는 축제가 된다. 음악적 진실 앞에 자신을 내던진 이들 앞에서 우리는 어느새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더 진실되고 더 아름다운 음악을 향해 귀를 활짝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휴머니즘의 본향을 향한 여정이 될 이 축제로의 초대장을 피아니스트 반클라이번의 말로 대신한다.

“위대한 클래식 음악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관한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인간의 소통에 있어 표현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대신하고 우리에게 심오함을 주고 의식을 고양하며 희망을 줍니다.”

클라이번 콩쿨은 6월 10일까지 계속되며 포트워스 배스홀과 cliburn2017.medici.tv 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글 송혜영
피아니스트, 음악박사
웨더포드 칼리지 Artist in Res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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