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young Song, Pianist

June 24, 2017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 “젊은 예술가들을 향한 찬가”

Filed under: Column — admin @ 6:1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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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
“젊은 예술가들을 향한 찬가”

지난 월요일,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쿨은 여섯 명의 최종 결선진출자를 발표하였다. 6월 10일까지 무대에 오를 피아니스트들은 한국의 선우예권 군과 홍콩의 레이첼 청, 러시아의 유리 페보린과 게오르기 챠이즈, 미국의 다니엘 슈와 케네스 브로버그이다. 아름다왔던 준결선 무대의 주옥같은 순간들과 대회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김다솔(한국)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D. 960에서 음표 너머 작곡가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내면적 표현력이 탁월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지상에 발 붙힐 곳 없이 떠도는 슈베르트의 보헤미안적 숨결을 따라 부유하는 동시에,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 또렷한 의식의 연주. 작곡가가 흠모하며 뿌리내렸던 클래시시즘과 무르익은 로맨티시즘의 숨막히는 대화, 악장 간의 절묘한 대조. 진정성과 측은지심을 담은 음색으로 청중을 울릴 수 있는 음악가, 밝은 앞날을 기대한다.

유통선(중국)
여린 체구에 등을 구부려 앉은 스물 한 살의 이 피아니스트가 있는 곳은 절대고독의 광야이다. 그 곳은 지상의 묵직한 고통도 천사의 콧노래도 가장 가깝게 듣는 곳이다.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공명된 음색, 강요받거나 주입되지 않은 표현, 피아니스트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보이싱…지독한 외로움의 댓가로 그에게 주어진 것은 꾸밈없는 자유. 그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연주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음색과 표현과 극도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한 채 모든 음에 색깔을 부여하고 말하게 하는 능력, 창조적인 원근법적 구성력을 지닌 명연이었다.

김홍기(한국)
특유의 음악적 유연함을 지닌 연주가이다. 유려하고 섬세한 모짜르트 협주곡에서 욕심없이 아름다운 표현과 음색이 빛났다. 뛰어난 테크닉과 사려깊은 섬세함으로 광란적 클라이맥스로 몰아가기 쉬운 칼 바인 소나타에서도 주제의 명징성과 아름다운 음색으로 끝까지 본질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섬세한 결의 연주자, 그의 음악이 그 결을 따라 아름답게 꽃 피우길 기원한다.

게오르기 챠이즈(러시아)
음의 울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탁월한 음악가. 모든 연주에서 노래하는 톤과 조화된 화성의 울림이 아름다왔다. 그 중에서도 그의 슈만은 백미. 완숙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문학적인 우아함과 생기가 가득찬 연주. 미지의 향수와 동경을 불러 일으키며 잡히지 않을 듯 실체가 보이지 않는 로맨티시즘의 실체를 건져냈다.

선우예권(한국)
과연 진정성과 따뜻함이 살아 있는 감동적인 연주를 펼쳤다. 어떤 곡에서든 작곡가 자신이 되어 버리는 연주가. 그의 연주는 감성과 이성의 완전한 일치점을 지닌 연주가들만이 주는 특별한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베에토벤 소나타에서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감추어진 작곡가의 치열한 내면적 갈등과 전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 냈다. 음 하나에 담긴 고통과 환희를 읽어내는 연주에 청중들도 마지막 음이 영원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함께 했다. 주옥같은 순간이었다. 어떤 기교적인 부분조차 잘 친다는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만드는 연주자. 그래서 그의 스트라우스는 황홀했다. 프로코피에프에서는 풍성한 음악적 어휘력이 발휘되었다. 구조에 대한 비율감도 탁월하다.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레오나르도 피에르도메니코(이탈리아)
클라라 하스킬을 연상시키는 영롱함, 단순하고 우아함,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움을 가진 그의 모짜르트 협주곡 연주. 아무리 작은 소리에서도 왼손 화성의 각 라인이 노래하게 하는 그 투명성이 귀를 의심케 할 정도이다. 숙명적인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조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재회하는 순간에 열리는 가슴벅찬 세계. 아름다운 프레이징, 풍만한 테이스트가 돋보이는 연주가이다.

예선부터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준 김다솔 군이 여섯 명의 최종결선진출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음악관계자와 청중들에게 아쉬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가와 기업 차원의 후원과 더불어 음악을 사랑하는 발걸음이 하나 둘 모인다면, 우리의 귀한 재능들이 기회의 문 앞에서 좌절하거나 적어도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는 일로부터 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작곡가 바르톡은 “경쟁(콩쿨)은 경주마를 위한 것이지 예술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김다솔 군과 김홍기 군은 이제 돌아가 다시 기도하듯 피아노 앞에 앉을 것이다. 선우예권 군은 홀로 무대를 빛내며 훌륭한 연주를 선사하고 있다. 격려와 응원을 받아 마땅한 이 젊은 예술가들의 음악과 앞날을 함께 지켜 봐 주시길.

송혜영
피아니스트, 음악박사
웨더포드 컬리지 Artist in Res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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