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ist Hyeyoung Song

November 6, 2009

[11. 6. 2009] Brahms Piano Concerto No.2 by Joaquín Achúcarro

Filed under: Column — admin @ 9:46 pm

[송혜영의 음악의 날개 위에]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호아킨 아추카로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V_achucarro 3

지난 주말 SMU Caruth Auditorium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호아킨 아추카로(Joaquín Achúcarro)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연주회를 마치고 나오며, 시월이 다가기 전에 브람스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또 인생을 그토록 깊이 관조해낼 수 있는 연주가에 의한 것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브람스가 남긴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오늘 연주된 2번은, 총 연주시간만 40분 이상 소요되며,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까지 기술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난해해서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어렵고도 동시에 가장 사랑받는 협주곡 중의 하나이다. 3악장의 구조를 가진 고전 협주곡의 틀을 벗어나 총 4악장 구성으로 되어있으며, 스케르초풍의 악장을 2악장에, 느린 악장을 3악장에 배치한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들이다. 브람스 특유의 처연한 정감과 심각함을 가지는 동시에 명랑하고 가벼운 이탈리아적 표정들이 다채롭게 나타나는 것은 작곡가가 이곡을 쓰는 동안 가진 두 번의 이탈리아 여행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스페인 태생의 거장 피아니스트 호아킨 아추카로의 연주가로서의 명성은 음악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1959년 리버풀 컴퍼티션에서 입상한 후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스페인에서는 기사작위를 받고 그를 사랑하고 후원하는 이들에 의해 ‘아추카로재단’이 결성될 정도로 살아있는 문화재로서 존경받는 음악가이다. 또 내년에 발매될 예정인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연주와 그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이 이미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여름 나는 한 뮤직페스티발에서 그의 오랜 제자이자 리즈컴퍼티션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알레시오백스(Alessiobax)와 루실 정(Lucille Chung)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한 결 같이 아추카로 선생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표현했다. 지금까지 일생에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를 만난 일이었다고 주저 없이 말할 정도이다. 연주여행에서 돌아와 달라스에잠 시 머무는 기간에도 언제나 학교에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나중에 떠나는 이가 그이며,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의 연습이 예외인 적이 없다. 그런 선생님을 보며 제자들은 연습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일흔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영과 여러 운동으로 건강을 성실히 관리하는 것도 왕성한 연주활동을 위한 것이듯, 그 삶의 모든 이유는 음악으로 귀결된다.

오늘의 연주에서 아추카로는 독주악기의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현악과 피아노가 완벽하게 융화되기를 원했던 작곡가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해주었다. 최근 전설적 피아니스트 알리샤데라로차(Alicia de Larrocha)의 부음을 들었을 때 잠시 그를 떠올렸었다. 두 사람은 같은 스페인 태생으로서 거의 매일 연락할 정도로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격정적이다가도 이내 스며드는 선율이 잔잔히 떨렸던 것은 오랜 친구를 잃은 가슴을 달래는 바람이었을까.

앙콜로 들려준 스크리아빈(Scriabin)의 ‘왼손을 위한 녹턴’은 전반부의 힌데미스(Hindemith)에서 있었던 불균형한 오케스트라사운드의 잔영들을 한번에 빨아들여 정화시켜주었다. 열렬히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답례를 표한 후 무대 뒤로 종종 사라지는 백발의 뒷모습은, 일생을 음악 외에 아무런 욕심 없이 살아온 ‘예술가’의 것이었다. 교정을 감도는 밤기운 사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낙엽이 흩날린다.

http://www.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6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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