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young Song, Pianist

June 14, 2008

[8.7.2007]The Opus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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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작품번호 1

2007년 08월 04일 (토) 05:50:56 송혜영  www.hyeyoungsong.com

다른 예술분야와는 달리 음악에서는 대부분의 작품에 구체적 제목 대신 번호가 붙는다. 작품번호를 의미하는 오푸스(Opus, 혹은 줄여서 Op.)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서 본래 ‘일’이나 ‘작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오푸스 번호가 반드시 작곡한 순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작곡가가 붙히는 것이 아니라 출판 당시 출판사에서 붙히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출판된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모든 음악가에게 첫 작품, ‘Opus 1’의 의미는 특별할 것이다. 오늘은 위대한 작곡가들의 유명한 Opus 1들을 소개한다.

로베르트 슈만(1810 –1856)
‘Abegg’ Variations, Op.1

1830년, 부모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법학도가 되었던 스무 살의 슈만이 음악가가 되길 결심하고 작곡과 피아노에 열정을 바친다. 그리고 약 1년 후 발표된 ‘아베그 변주곡’은 스무 살의 슈만이 세상에 내 놓은 최초의 작품이 되었다.당시 그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는 첫 작품의 출판을 앞두고 기쁨과 기대에 차 들뜬 그의 모습이 담겨있다. 제목 ‘아베그’는 무도회에서 반한 소녀의 이름이라는 설과 가공인물이라는 설이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가‘Abegg’를 a,b,e,g,g라는 다섯 음으로 풀어 곡 전체의 동기로 사용하며 암호놀이를 즐긴다는 것이다. 신선한 주제와 우아한 시정은 첫 작품에 대한 작곡가의 풋풋한 열정과 이미 완성된 독창적인 양식을 보여준다.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
Piano Sonata No.1 in C major, Op.1

브람스의 초기 작품들은 그의 스승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슈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1853년 슈만은 브람스의 몇몇 작품들을 접하고 1853년 <음악신보>에 “새로운 길”이라는 글을 기고하며 브람스의 천재성을 세상에 소개하였고 브람스는 단숨에 유명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슈만의 추천과 도움으로 악보를 출판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첫 작품이 바로 피아노 소나타 C장조이다. 이 작품 이전에 몇몇 곡들이 더 작곡되었으나 모두 스스로 폐기처분하였고 작곡시기로 보면 다른 소나타보다도 약간 늦게 작곡된 이 곡을Opus 1으로 출판한 것에서 첫 걸음부터 완벽을 추구하고자 했던 신중한 작곡가의 초상을 본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Piano Concerto in F# minor, Op.1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처음 작곡하게 된 것은 그가 모스크바 음악원 학생이던 1890년 즈음이었다. 실제로 가장 먼저 작곡된 작품은 아니지만 이 협주곡으로 인해 그가 작곡가로서 처음 인정받게 되었기에 Opus 1으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스스로 이 곡에 대해 불만족스러웠던 그는 무려 27년이 지난 1917년 철저히 개작하여 다시 출판하였다. 이 때는 이미 그가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작곡한 후였고 작곡가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기에 원숙하고 완성도 높은 Op.1으로 재창조되었다. 같은 해 가을, 러시아 혁명으로 가족과 함께 핀란드로 망명한 그는 후에 미국에 정착하게 되는데, 그 후 다시는 그리워하던 모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흐마니노프의 첫 작품인 피아노 협주곡 Op.1은 그가 모국에서 완성한 마지막 곡이 된 것이다.
 

알반 베르그(1885-1935)
Piano Sonata, Op.1

현대음악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쇤베르그, 베번과 함께 신비엔나악파라 불리우는 베르그가 1907년에 작곡한 첫 작품, 피아노 소나타 Op.1는 역사적으로 가장 뛰어난 Op.1 중의 하나라는 평을 받는다. 그가 쇤베르그에게 음악을 배우기 전에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히 놀랄만한 수작이라 일컫지 않을 수 없다. 한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피아노 소나타는 탄탄한 전통적 구조 위에 쇤베르그의 영향을 받은  현대적 기법의 결합을 완성시키며 일관적 주제의 변주와 발전을 이루어낸다. 작곡가의 감출 수 없는 천재성과 스승 쇤베르그에 대한 필연적 경외와 애정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내게 작곡가들의 첫 작품들과 대면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것은 마치 소설가나 미술가의 처녀작을 찾아 보는 즐거움에 비유될 수 있을까? 법학도였다가 남보다 뒤늦게 음악의 길에 들어선 후 기대감에 벅찬 슈만의 벅찬 가슴, 열정을 바친 대작을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내어 놓는 브람스의 떨리는 손끝, 서툴렀던 첫 작품의 완성도를 높히기 위해 몰두했던 고국에서의 시간을 그리워 했을 라흐마니노프의 심장, 역사를 관망하며 새로운 음악어법 탄생의 출발선상에 선 베르그의 꿈꾸는 눈…. 평소 멀게만 느껴지던 천재들의 Opus 1 속에서 우리는 어느 새 함께 울고 웃는 친구가 되어 간다. 고마운 그들의 음악에 경의를 표하며 Opus 1의 오늘을 살자,다시 나를 일으킨다.

http://www.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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