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young Song, Pianist

June 14, 2008

[8.25.2007] 상실의 음악

Filed under: Column — admin @ 9:44 pm

상실의 음악

2007년 08년 25일 (토) 02:30:19          송혜영  www.hyeyoungsong.com

어린 아이들이 슬픈 음악을 얼마나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을까? 천진난만한 그들의 눈망울을 향해 슬픔이라는 감정을 논한다는 것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전에 내가 아는 교수님은 한 어린 학생에게 지금까지 겪었던 가장 슬펐던 일을 떠올려 보자고 했고,‘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라고 대답한 그 아이는 잠시 후 놀랍게도 제 나름의 감정을 실어 연주를 하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랑하던 강아지를 잃은 상실감은 어린 그가 태어나 겪은 가장 큰 슬픔이었던 모양이었다.

예술의 샘, 상실

누구나 끊임없이 상실을 경험하며 살아가듯이 위대한 작곡가들도 예외 없이 상실의 고통을 겪었다. 몇 년 전 체코 작곡가 야나첵에 대해 연구할 시절, 나는 그의 악보만 들여다보아도 금새 눈물이 맺히곤 했었다. 야나첵에게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올가가 있었는데 작품 곳곳에 딸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이 고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음도 끊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사랑은 악보에 새겨져 아름다운 음악으로 세상에 남겨지게 된 것이다.

슈만은 어렸을 때 정신병력을 가진 친어머니와의 떨어져 살면서 애착관계가 결핍되었고, 누나의 자살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평범한 유년시절을 상실했던 사람이었다. 쇼팽은 평생 자신의 육체적 질병과 조국을 잃은 서러움, 실연의 상처 등의 상실감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냉담한 세상에서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고통 받으며 매일 아침 깊은 절망 속에 눈을 떠야 했던 슈베르트는 결국 자신의 슬픔이 정신을 강하게 하고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세상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리하여 서른 한 해의 짧은 일생을 오로지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는 데 바쳤다.

베에토벤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학대와 상처의 우울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사랑하는 연인들과 결혼하지 못하는 좌절감을 겪었으며, 무엇보다도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청각을 잃었다. 작곡가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청각의 상실은 그를 깊은 괴로움과 슬픔 속으로 밀어 넣었고, 1802년 급기야 자살을 생각하고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남기기에 이른다. 하지만, 생에 대한 굳건한 의지와 고결한 예술혼으로 다시 일어선 베에토벤은 귀를 통해서가 아니라 영혼으로 들어야 하는 위대한 작품들을 온 인류에게 선물했다. 위대한 작곡가, 그들에게 상실의 바닥은 절망이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을 잉태하는 기적의 샘이었던 것이다.

상실의 골짜기에서 울리는 소리

학위를 다 마쳐 갈 즈음 나는 텍사스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교실에 그들을 위해 주어진 것은 조악한 음향 기기들과 나의 요청으로 구해진 조그만 전자 키보드가 전부였다. 하지만 끔찍한 죄목을 단 그들의 가슴에 작은 선율 하나가 파고들 때마다 그들은 온 몸을 떨며 감동했다. 그들은 한 때 자신의 양심을 돌보지 못한 자들이었고, 사회로부터 혜택보다는 크고 작은 불행을 겪어 온 자들이었다. 대부분은 처참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몸뚱아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치열한 생존자들이었으며, 이제 죄값을 대신해 가족과 함께 하는 소박한 저녁시간의 자유조차 잃어버린 자들이었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쓰인 한 학생의 글을 읽다가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음악은 우주와 그 아래 모든 창조물들의 총체적인 결합체입니다. 심지어 별들도 듣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니까요. 음악은 ‘진정한’ 사랑입니다. 나는 음악이 나의 아주 큰 부분이길 바랍니다. 음악은 나의 사랑이고 그가 나를 사랑해 주듯이 나도 그를 사랑할 겁니다. 음악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아름답습니다.”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로 인해 자신의 존재조차 무감각해지고, 외부로 부터 철저히 단절된 상실의 골짜기에서 그들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신의 음성이 아니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갈수록 녹록치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다툼과 분쟁의 소식에 현대인은 본연의 인간다움을 점점 잃어간다. 예기치 않는 사고와 이해할 수 없는 비극 속에 상실의 고통은 이미 너무 익숙해 진 듯 우리는 모두 귀를 막고 조용히 속울음을 삼키며 산다. 눈부시게 화창한 오후, 이유 없이 날 울리고야 마는 바하의 선율 속에서 날 닮은 한 친구를 만나 살며시 그의 손을 잡는다. 음악이 그대의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하기를, 그리고 알게 되기를…. 메마른 뺨을 적시는 우리의 눈물이 뜨겁다는 것을….

http://www.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2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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