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ist Hyeyoung Song

June 14, 2008

[11.3.2007]The Pianists in New York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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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맺어준 만남  
[송혜영의 음악의 날개위에] 뉴욕 여행에서 만난 피아니스트들

2007년 11월 03일 (토) 01:09:13 송혜영  www.hyeyoungsong.com  

지난 주 나는 개인적인 중요한 행사를 위해 뉴욕을 다녀왔다. 거대한 도시 문명 깊숙이 흐르는 정신적 물줄기를 찾아 거닐다 나는 감사하게도 많은 아름다운 영혼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내가 있던 그 곳에는 언제나 음악이 함께 있었다.

호세  멘데즈(Jose Ramon Mendez)

     
    ▲ 호세 멘데즈(Jose Ramon Mendez)  
  
뉴욕에서의 이튿날, 친애하는 스승이자 좋은 음악적 동지인 피아니스트 호세 멘데즈 교수와의 재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UT 어스틴(Austin)에서 실내악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으로 만난 우리의 인연은 그가 뉴욕대학(NYU)으로 옮긴 후에도 계속되어 왔던 차였다. 피아니스트 호세 멘데즈는 차세대 스페인 연주가들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유년시절 스페인의 유명한 음악교사인 아버지로부터 배운 그에게 음악은 공기처럼 익숙하고 물과 같이 자연스럽다. 미국 유학시절에는 호로비츠의 제자였던 바이언 재니스(Byron Janis)에게 배우면서 폭넓은 레파토아를 섭렵하였고, 피아노 테크닉을 깨우치기 위해 인체학, 물리학 등 다방면의 학문을 깊이 연구하며 스스로의 이론을 정립해 낸 냉철한 지성가이기도 하다.

그는 오랜만에 보는 우리 부부를 극진히 환대해 주었다. 음악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격려가 오가고, 각자 연주생활에서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를 나누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나는 머릿속에 “균형”이라는 화두를 떠올렸다. 지성, 감성, 그리고 테크닉의 조화로운 균형감각을 지닌 그의 음악은, 고독한 예술가이자 건강한 생활인으로서의 두 삶을 잘 조율해내는 그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바빴던 일상을 떠나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와인잔을 기울이며 실컷 음악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안, 내 삶은 어느새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고 있었다.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

     
    ▲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  
  
카네기 홀에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베에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포스터를 보고 내 가슴은 요동쳤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태생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베에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는 2004년 유럽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2009년 음반 녹음을 앞두고 이번 시즌에 북미지역 순회 연주로 열리게 된 것이었다. 기악음악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베에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쉬프의 연주로 듣는다는 벅찬 기대감으로 가득 메운 청중들로 인해 카네기 홀은 연주 시작 전부터 술렁거렸다.

쉬프는 작곡가의 의도와 본질에 무서우리만큼 집중하면서 음을 통해 차원의 창조적 재구성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또 고전 소나타의 완벽한 구조와 베에토벤의 혁신적 음악적 요소들의 역설을 통해 작곡가의 심오한 내면세계를 투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그의 학구적인 집중력과 고도의 장인정신은 내게 마치 베에토벤의 그것을 보는 듯 했다. 답례로 연주된 슈베르트 또한 너무나 훌륭해서 청중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열렬한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이틀 후 있을 두 번째 독주회를 놓쳐야 한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야 했지만, 그의 음악과 함께 한 시간은 내게 여행지에서 가장 값진 보석을 캔 기쁨이었다.  

레온 플라이셔(Leon Fleisher)

     
    ▲ 레온 플라이셔(Leon Fleisher)  
  
예기치 않은 만남이 있어 여행은 더욱 즐겁다. 쉬프의 연주회의 시작을 기다리던 시간, 내 바로 옆 좌석에 자리를 잡은 노신사는 바로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였던 것이다. 천재 음악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레온 플라이셔는 37세의 나이에 갑자기 근육긴장이상증으로 오른손의 마비가 시작되어 30년 이상 왼손만으로 연주한 불운의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지휘자로, 교육자로 존경받는 음악가의 반열에 우뚝 선 거장이며 몇 해 전부터는 의학의 도움으로 다시 양손으로 연주활동을 재기 하면서 그는 음악과 삶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사실 레온 플라이셔 그 자신은  슈나벨의 제자로서, 베에토벤-체르니-레셰티츠키-슈나벨로 이어지는 계보를 잇고 있다. 나의 스승이신 UT 어스틴의 그레고리 앨런(Gregory Allen) 교수는 바로 레온 플라이셔의 수제자로서, 내가 앨런 선생님과 공부했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너도 내 제자로구나!” 라며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말은 베에토벤의 7세대 째 위치에 내가 서 있음을 새삼 상기시켰다. 터전을 떠나 온 곳에서 내 음악적 뿌리를 다시 만나게 되다니, 그것은 희열이었다.

만남은 아름답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꽃 한 송이, 풀 한포기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번 여행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것은 바로 음악이 맺어준 만남의 신비 때문이었다. 텍사스에 돌아와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 떠날 때 다시 만나게 되는 인생의 겸허한 진리 앞에 마음을 비우고 이 가을 매일 여행을 연습하고 싶다.

 http://www.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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