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ist Hyeyoung Song

June 28, 2008

[6. 27. 2008] Sing who I am

Filed under: Column — admin @ 4:53 pm

내가 누구인지 노래하라

[음악의 날개 위에]

– 뉴욕 필하모닉과 랑랑의 탄둔의 피아노 협주곡 연주회

지난 4월 나는 뉴욕 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나를 초청한 뉴욕대학의 호세 멘데즈 교수를 비롯한 다른 세 명의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갖기로 한 연주회를 위해서였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여행의 미미한 피로감과 연주에 대한 긴장감도 잊은 채 나는 곧장 링컨센터의 에버리 피셔 홀(Avery Fisher Hall)로 향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이 작곡가 탄둔(Tan Dun)의 피아노 협주곡을 세계 초연할 것이라는 소식에 텍사스를 떠나기 전 미리 예매를 해 두었던 차였다. 뉴욕필과 중국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기대감을 반영하듯 연주장은 이른 시각부터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랑랑을 위한  탄둔의 피아노 협주곡

작곡가 탄둔은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베이징 올림픽 음악감독으로 임명될 만큼 중국이 자랑하는 대표적 음악가이다. 풍부한 감정과 화려한 기교를 가진 피아니스트 랑랑은 국제콩쿨의 경력 없이 그 실력을 검증받은 신세대 피아니스트 중 하나이다. 뉴욕 필하모닉이 탄둔에게 위촉한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한 오늘의 피아노 협주곡은 처음부터 피아니스트 랑랑을 염두에 두고 쓰인 작품이라고 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독주악기로서의 위엄이 강조된 피아노의 오스티나토(Ostinato; 일정한 음형을 같은 성부에서 같은 음높이로 계속 되풀이 하는 기법)로 문을 연 1악장은 서정적 선율과 색채적 화성, 날카로운 타악기적 리듬의 결합이 미묘한 조화를 이루며 전개되었다. 또 중국 전통악기의 소리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악기로 완벽하게 재현해 내며 이국적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표출해 냈다.

느린 템포의 2악장은 몽환적 선율이 마치 소리를 오감으로 표현한 듯한 감각적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매력적으로 결합되었다. 이미 영화음악으로 실력을 쌓은 작곡가의 소리에 대한 입체적 구상력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피아니스트 랑랑의 풍부한 감성과 탄탄한 테크닉은 중국 전통음악의 농현기법을 모방한 듯한 피아노의 빠르고 가지런한 연타에서 더욱 빛을 발하였고, 그것은 동양화의 여백을 물들이는 물감의 붓놀림과 같이 악장의 아름다운 서정을 섬세히 완성해 나갔다.

3악장은 청중에게 작품에 대한 작곡가의 상상력과 의도를 가장 구체적으로 납득시켜준 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 비디오로 상영되었던 작품해설에서 탄둔은 동양의 전통적 소재인 음양의 이치를 손가락, 주먹, 팔꿈치 등의 인체부위를 이용한 무술(Martial Art)의 움직임을 통해 음악에 담아 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잠잠히 어슬렁거리는 피아노와 긴박한 빠른 몸짓의 오케스트라가 동시에 팽팽히 공존하는 설정은 동양 무예의 양면성과 역설적 미를 표현하고자 한 것임이 분명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랑랑은 과장된 몸짓과 관객석을 쳐다보는 여유로움까지 연출하며 스스로 건반 위의 무도인이길 자청했다.

현악기 주자들이 일제히 현을 뜯으며 바람을 가르는 채찍소리를 재현할 때에는 마치 드넓은 평원을 배경으로 한 중국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 온 것과 같은 극적 효과를 가중시켰고, 이 거대한 서사극은 마침내 피아니스트의 어깨로 내려친 거대한 톤 클러스터(Tone Cluster; 근접한 몇 개의 음들을 한꺼번에 뭉쳐 연주할 때 발생하는 음향)와 함께 통쾌히 막을 내렸다.

정체성을 향하여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이, 음악가에게  있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화두일 것이다.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 온 작곡가 탄둔은 뉴욕의 다운타운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비로소 세계적 관점에서의 중국인에 대한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스스로 ‘서양의 마르코 폴로’라 불리길 원한다는 그의 음악에는 동양의 것을 서양에 소개하고자 하는 투철한 사명감이 반영되어 있다. 

종종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랑랑은 어디에서나 조국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숨기지 않는다. 곡예를 부리듯 현란한 연주스타일을 고집하는 그는, 호불호의 논란과 많은 음악적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그 상품성만은 성공적으로 입증해 왔다.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정체성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와 음악적 실험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당당히 노래한 그들이었기에 오늘의 갈채는 눈부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음악이 동양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문화상품의 한계에 표류하지 않으려면, 예술의 본질적 질문들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거쳐야 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http://www.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4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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