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young Song, Pianist

June 14, 2009

[6.14.09]An Interview with Yeol Eum Son, the Cliburn Silver Medalist

Filed under: Column — admin @ 9:13 pm

정도(正道)를 걷고자 하는 재능에 날개를 달다
[반 클라이번 콩쿨 은메달 입상, 피아니스트 손열음 인터뷰]
2009년 06월 13일 (토) 01:54:01 송혜영  

포트워스 배스 홀에서 열린 제 13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한국의 손열음 양이 영예의 은메달을 수상했다. 금메달은 중국의 하우첸 장과 일본의 노부유키 츠지에게 돌아갔으며 동메달은 따로 수여되지 않았다. 역사상 유난히 한국 피아니스트들의 실적이 두드러지지 못했던 이 콩쿨에서 한국인으로는 지난 12회 은메달을 수상한 조이스 양 이래 두 번째 수상으로 한국음악계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시상식 이후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더 바빠진 손열음 양을 만났다.

> 송혜영(이하 송): 정말 축하합니다.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쿨에 선 소감과 은메달 수상한 소감을 말해주세요.

손열음(이하 손): 이번에 준비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연주 자체에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보다 더 잘 할 순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전까지는 콩쿨이든 연주든 이렇게까지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제 일생 최고로 했고, 그 점에 대해서 훌륭했다고 생각하구요.

> 송: 콩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손: 가장 좋았던 순간은 타카쉬 콰르텟과의 연주였고, 일 차와 이 차 사이 하루 만에 스케줄이 갑자기 바빠지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엔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구요.

> 송: 정말 대단해요. 특히 파이널에서는 삼 일 연속 연주해야 하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해 냈어요. 부모님께서 많이 기뻐하시죠? 김대진 선생님, 아리에 바르디(Arie Vardi) 선생님 반응은 어떠세요?

손:  네, 특히 바르디 선생님은 콩쿨 중에도 거의 매일 전화해 주실 정도로 많이 신경써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엄마 아빠도 한국에서 웹중계로 보실 수 있어서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 송: 여기 도착해서 몇 주 동안의 일상은 어떻게 보냈어요?

손: 계속 놀러다녔어요(웃음). 호스트 패밀리 아주머니랑 파티다니고 많이 돌아다니고 그랬어요. 연습은 밤에 한 두 세 시간 정도? 독일에서는 보통 밤에 건물에서 아홉 시나 열 시까지 밖에 연습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주로 낮에 했었는데, 여기는 그런 시간 제한이 없는게 너무 좋아서 밤에 주로 했어요. 어차피 제가 꾸준히 연습하는 스타일이 아니구요. 막 쉬었다가 또 할 땐 막 하는 스타일이라서….

> 송: 타카쉬 콰르텟과 브람스 퀸텟 연주에서 멋진 호흡을 들려줬어요. 그로 인해 실내악 상도 받았고, 어땠어요?

손: 먼저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랬구요. 워낙 이름 있는 콰르텟이라…. 그리고 제가 음반을 통해서 타카쉬 콰르텟을 좋아했었거든요. 그 분들만의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브람스 퀸텟을 많이 했었는데, 무대에서 같이 연주하는 어느 순간 이렇게 느꼈어요.  “ 어? 이거 정말 음반에서 듣던 색깔이 나온다” 그러면서 신기해 했어요.

> 송:  또 페이지 터너(Page turner) 없이 연주해서 화제가 됐었어요.

손:  제가 원래 페이지 터너를 싫어해요. 사무적으로 보이쟎아요. 다른 연주자들에게는 페이지 터너가 없는데 피아니스트만 쓰는 게 싫고, 음악이랑 상관 없는 사람이 옆에 있는 느낌이 싫어서요.

> 송: 가끔 두 페이지씩 넘기는 바람에 보는 사람들을 많이 놀래켰어요.

손: 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사실 악보도 필요 없구요. 사람들이 놀랬다고 많이 그러시던데… 저는 그거 인식도 못 했거든요.(웃음)

> 송:  지휘자 제임스 콘론(James Conlon)과의 연주는 어땠나요?

손: 좋았어요. 그 분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본 적이 있는데 내용도 좋아서 기대도 많이 했었어요. 실제 연주에서 오케스트라와 안 맞는 부분이 약간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 보니까 그나마 제가 제일  잘 맞은 거였더라구요.(웃음) 시상식 마치고 파티에서 먼저 찾아 오셔서 다음에 꼭 같이 연주하자고 하셔서 놀랐고 좋았어요.

> 송: 이번에 열음 양 프로그램들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일차부터 파이널까지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양식과 작곡가의 작품들로, 곡들의 조성 관계까지 고려해서 아주 유기적으로 섬세하게 짰는데…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었나요?

손: 일단 음악을 최우선으로 했구요. 내가 칠 수 있는 걸 마구 집어 넣는 게 싫었고, 진짜 음악회 프로그램처럼 하고 싶었어요. 일 차 때는 독일 중심의 친숙한 곡들을 넣었고(하이든, 슈만, 리스트), 18세기 이후 곡들로 짠 이 차 곡들은 치면서 제가 제일 기분 좋을 만한 곡들로, 파이널은 독주회와 두개의 콘체르토가 서로 대비되게 하려고 했어요.

> 송: 특히 바하, 슈베르트, 베에토벤으로만 이루어진 파이널 독주 프로그램은 콩쿨에서 대단한 ‘용기’였어요. 하지만 그 의도가 느껴졌죠. 콘체르토까지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하고…. 그럼 모든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짠 건가요?

손: 네, 독일에 제가 음악적으로 제일 신뢰하는 친한 친구가 있는데 이번에 도움을 많이 줬어요. 물론 선생님께서도 도와 주셨는데, 예를 들면 제가 드비시 프렐류드를 대여섯 곡 정도 치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3번에서8번까지가  어떠냐고 조언해주시는 식으로요. 어쩔 땐 이건 아니다라고 하셔서 다시 짜기도 하구요.

> 송: 드비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드비시 해석이 색달랐다고 생각해요. 어떤 영향을 받은 해석인가요? 소리에 대한 테이스트가 상당히 독특했어요.

손: 감사합니다. 제가 사운드 프로듀싱이나 칼라링은 좀 자신이 있는 편이라서…. 드비시는 듣는 입장에서도 워낙에 좋아하지만, 치는 입장에서도 드비시만큼 재미있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제 선생님께서도 드비시 전곡 녹음을 하셨었고 일가견이 있으셔서 도움도 많이 받았구요. 예전에 독일에서 처음으로 드비시 프렐류드를 연주할 때였는데 연주 일 주일 전에 무작정 빠리로 갔어요. 도저히 프랑스에 대해 아무 것도 안 느껴 본 상태에서 치는게 싫어서요. 빠리에 삼 일 있다가 와서 연주했구요. 앞으로 기회가 되면 불어도 배워 보고 싶어요.

> 송: 멋져요. 스스로 칼라링에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요. 제가 이번에 느꼈던 것도 열음양이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연주를 하더라는 거에요. 본인이 생각하는 강점과 약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손: 강점은 제가 남들보다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거 같구요. 예를 들면 보통 기성 연주자들은 자기의 분야가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루푸가 라흐마니노프를 치지 않고 브렌델이 쇼팽을 하지 않는 것 처럼…. 그렇지만 저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으로 하고 싶어요. 약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너무 세세한 거라서…. 일단 무대와 연습할 때의 간극이 좀 더 없어졌으면 좋겠구요. 제가 디테일에 집착해서 그런지 무대에서 내려오면 스스로 만족하는 경우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너무 적어요.

> 송:독일에서의 음악 공부랑 생활은 어때요?

손: 너무 좋아요. 일단 선생님이 너무 좋으시구요. 이제 미국에 연주여행 다니느라고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까봐 그게 좀 걱정이긴 한데 어떻게든 잘 조절해서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처음에 독일로 간 이유가 선생님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독일 자체도 너무 좋아요.

> 송: 아리에 바르디 선생님께 주로 어떤 점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손: 모든 점에서 너무 영향이 크구요. 걸어다니는 사전이라고 불리실 만큼 모르시는 게 없으시구요. 또 선생님이야 말로 영역 제한이 없으셔서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 가리지 않고 하시는 분이시고, 그래서 저도 폭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요.

송: 이번 콩쿨의 프로그램 같은 것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열음양의 레파토리가 워낙 넓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지요. 광대한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만약에 일생에 단 한 번의 전곡 연주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작곡가의 작품으로 하고 싶어요?

손: 모짜르트 콘체르토? 아, 아니에요. 모짜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좋은 바이올리니스트와 그걸 연주하는 게 제 꿈이에요. 모짜르트는 워낙 제 인생이지만, 바이올린 소나타는 정말 완벽한 것 같아요. 피아노 소나타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가 좋은 사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요즘 찾고 있는데요. 아직 특별히 와 닿는 사람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송: 꼭 곧 찾길 바랄게요. 자, 이제 콩쿨은 끝났고 인생은 또 계속되겠지요. 열음 양은 삼 십 년 후 어떤 음악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게 꿈이에요?

손: 요즘 드는 생각인데, 어차피 음악이란 것은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것이고 사람이라면 다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거니까, 다수한테 인정받는 걸 목표로 하지는 않구요. 소수의 사람들이더라도 저와 함께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테이스트를 교류할 수 있는, 또 제가 인정하는 테이스트를 가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소수든 다수든 전혀 상관없구요. 그냥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송: 이제 미국에도 자주 오게 될 텐데 지금까지 정해진 연주계획 있나요?

손: 자세한 계획은 오늘 오후에 받을텐데요. 어제 포트워스 심포니와 연주로 칠 월 초에 와 줄 수 있냐고 제의를 받았는데 제가 마침 독일에서 연주가 있어서 못오게 되었고, 그 다음 주에 다른 연주로 미국에 오게 될 것 같아요.

> 송: 곧 또 보게 되겠네요. 세상에는 어려서 대단한 재능을 보이는 영재들이 더러 있어요. 열음양도 그들 중 한 명이었구요. 하지만 크면서 재능을 믿고 다른 길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 연주들을 보면서 열음 양은 정도를 가려고 하는구나 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열음양  미래에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요.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손: 감사합니다.

은메달과 실내악 상을 수상한 손열음 양은 상금 이만 삼천 불과 함께 앞으로 삼 년동안 미주 연주 매니지먼트와 하모니아 문디 미국 레이블로 음반을 내는 부상을 받게 된다. 자신의 타고난 재능에 의지하지 않고, 외롭고 힘들지만 묵묵히 정도를 걷고자 하는 한 젊은 음악인에게 날개가 달렸다. 다수에게 인정받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진실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의 어깨를 껴안으며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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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6212

June 7, 2009

[6.5.2009]Hammerklavier Sonata by L.v.Beethoven and Nobuyuki Tsujii

Filed under: Column — admin @ 12:52 am

베에토벤과 노부유키 츠지의 햄머클라비어 소나타
[송혜영의 음악의 날개 위에]
 
 2009년 06월 05일 (금) 07:46:28 송혜영  www.hyeyoungsong.com  
 
    
 지난 주, 반 클라이번 피아노 컴퍼티션은 준결선전을 마치고 최종 결선진출자들을 발표하였다. 여섯 명의 결선 진출자들로는 자랑스런 한국의 손열음 양과 불가리아의 에프게니 보자노프, 일본의 노부유키 츠지, 이탈리아의 마리안젤라 보카텔로, 중국의 디 우와 하우첸 장으로, 6월 3일부터 7일까지 각각 50분가량의 독주회와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두 개의 협주곡을 연주하게 된다.

완벽한 프로그래밍과 소리를 창조해 내는 매혹적인 연주를 들려준 손열음 양을 비롯해 최종 결선자들 모두는 빛나는 재능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들이다. 이 중에서도 일본의 노부유키 츠지(Nobuyuki Tsujii) 군을 향한 이 곳 청중들의 축하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준결선전의 마지막 날이었던 5월 31일, 음악사에 기념비적 대곡인 베에토벤의 햄머클라비어 소나타(Hammerklavier Sonata)를 완주한 스무 살의 피아니스트 노보유키군은 놀랍게도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어려서부터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보인 아들을 위해 부모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접하게 했고 일곱 살이 되었을 즈음 스스로 피아노를 선택해서 집중해 왔다고 한다.

많은 불편이 따르는 점자악보를 사용하지 않고 그는 오로지 리코딩이나 실황연주를 들으며 새 음악을 배운다. 그가 먼저 듣고 선생이 연주해 주면 자신의 해석을 넣어서 따라 연주하는 것이 음악을 배우는 그만의 과정이다. 천재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이름은 2005년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 쇼팽콩쿨에서 준결선에 올라 비평가 상을 받으며 국제무대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예선에서 쇼팽의 열 두개의 연습곡 Op.10 등 이미 믿을 수 없이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많은 음악가들과 청중들은 과연 그가 어떻게 준결선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실내악과 베에토벤의 햄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소화해 낼 것인가에 대해 의심과 걱정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었다. 그 스스로 선택한 햄머클라비어 소나타는 베에토벤 소나타 중 가장 길고 기술적으로도 어렵기로 알려진 곡일 뿐 아니라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시기에 쓰인 베에토벤의 심오한 예술혼을 스무 살의 어린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담아 낼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우려를 뒤로 한 채, 노보유키 군은 보지 못하는 대신 다른 연주자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를 훌륭한 앙상블로 연주해 내었으며, 마치 베에토벤을 눈앞에 보는 것 같은 기적적인 햄머클라비어를 선사했다. 들을 수 없었던 작곡가와 보지 못하는 연주자에 의해 완성된 대작과 위대한 인간승리 앞에 많은 청중들은 감동과 경외의 눈물을 흘리며 끊임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반 클라이번은 노부유키 군에 대해 “그는 진정한 기적이다. 그의 연주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 진정 성스러운 일이다.”고 말하며 경탄하였다.

눈을 감은 채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고요한 세계 저 너머 들려오는 그의 선율은 어린아이와 같이 부드럽고 따사롭게 내 영혼을 어루만진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선사해 준 반클라이번 콩쿨에게 미리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결선진출자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http://www.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6183

June 3, 2009

[5. 30. 2009]Cliburn Competition 2009 Preliminary Rounds

Filed under: Column — admin @ 8:56 am

2009 반 클라이번 콩쿨 예선전을 다녀와서
[음악의 날개 위에]
 
 2009년 05월 30일 (토) 03:23:56 송혜영  피아니스트 
  
포트워스 배스 홀에서 지난 주부터 열린 제 14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은 26일 1차 예선을 마치고 열 두명의 준결선자를 발표하였다. 이 중에는 한국의 김규연 양과 손열음 양이 포함되어 있다. 두 연주자는 28일부터 31일 까지 열릴 준결선에서 한 시간 가량의 독주회와 타카쉬 콰르텟(Takacs Quartet)의 실내악 연주 준비에 여념이 없다.
1962년 시작된 이래 랄프 보타펙, 세실 우세, 라두 루푸, 크리스티나 오르티즈, 알렉산더 토라제 등 많은 훌륭한 피아니스트들을 발굴해 낸 반 클라이번 콩쿨은 미국이 자랑하는 최대규모의 피아노 콩쿨이다. 올 해 반 클라이번 콩쿨에 초청된 서른 명의 연주자 중 네 명의 한국 연주자들은 예선에서 각자의 혼신을 다한 좋은 연주를 들려 주었다.

공교롭게도 예선 마지막 날 나란히 연주했던 김규연과 손열음의 예선 프로그램은 많은 유사점이 있었음에도 두 연주자는 각자의 뚜렷한 색채로 풀어 나갔다. 김규연은 하이든 소나타와 슈만의 클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 그리고 바르톡의 세 개의 연습곡 Op.18을 연주했다. 그의 깊은 감정표현과 자연스러운 타이밍은 나이를 가늠치 못하게 하는 음악적 우아함과 정직함의 결정체였다. 또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바르톡에서는 대가적 피아니스트로서의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충분히 펼쳐 보여 주었다.

동일한 하이든 소나타와, 슈만의 환상소곡집(Fantasiestucke) Op. 12,리스트의 스패니쉬 랩소디를 연주한 손열음은 양식적, 구조적으로 통찰력있는 성숙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삼 년 전 부터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의 연주는, 전반적으로 ‘생략’이 과감해 지고 예전에 비해 훨씬 큰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음악 앞에 타고난 재능과 열정까지 겸허히 내려놓는 고독한 투쟁을 무수히 거쳤으리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1781년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모짜르트와 클레멘티와의 연주 대결로 잠시 거슬러 올라 가 보자. 주최자인 오스트리아 황제는 결국 모짜르트의 손을 들어 주었고, 그 후 클레멘티는 음악 외에 다른 일들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크게 상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짜르트는 클레멘티로부터 배운 것이 없었지만 적어도 클레멘티는 모짜르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음악과 경쟁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남으로 부터 배우기 위해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영혼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각 국의 재능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베푸는 음악축제는 오는 6월 7일까지 계속된다.

http://theko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6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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