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young Song, Pianist

June 24, 2017

The 15th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Filed under: News — admin @ 6:23 pm

It was a joyful experience that I could be a part of the 15th Van Cliburn Piano Competition as a critic and press member. Congratulations to all the wonderful young pian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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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Yekwon Sunwoo, the 15th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Gold Medalist

Hyeyoung Song(HS): Please share with us your thoughts as the winner of the 15th Van Cliburn Competition.
Yekwon Sunwoo(YS): The physical endurance was a challenge and at times time would pass excruciatingly slowly. But I am thankful that I was able to finish strong and grateful to all the people who stood by me until the end.

HS: During this competition, was there a particular piece you were most satisfied with and least satisfied?
YS: Honestly, I think that there is always an area you wish you could have done differently in a performance. The job of a performer is to perform their very best and the process in which making the best performance is what brings happiness. Even though it is short, Schubert-Liszt’s Litanei auf des Fest Aller Seelen is one of the pieces that felt special to me while I was performing it.

HS: As the winner of the competition, you will probably become very busy. What changes do you think this will bring for you?
YS: I had better continue to perform my very best by working hard and avoiding laziness. It still hasn’t hit me that I am the winner of the competition….however, it is my dream to be a musician that always advances and matures, so I will do my best.

HS: In your lifetime, is there a certain piece that you would like to leave a recording of?
YS: Since Schubert is a composer that is very dear to me, I would like to record his late sonatas. There are so many, it’s hard for me to even choose one.

HS: You are the first South Korean to win the Van Cliburn Competition…could you say something to your fans and the young musicians back at home?
YS: Thank you to everyone who supported me and cheered me on. And I am thankful for those who always showed interest even with my shortcomings. I’m sure all performers feel this way since there is no such thing as a perfect performer. I believe there is always room for improvement and I will always try my best to move people’s hearts with my music. I’m grateful for your continued support.

Congratulations!

Interview by Hyeyoung Song

선우예권 반클라이번 콩쿨 우승 현장 인터뷰

송혜영(이하 송):제 15회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선우예권(이하 선우):짧은 시간들이 길게 느껴 질 정도로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했는데요. 잘 마쳐서 감사하고, 지켜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송: 이번 콩쿨의 곡 중 에서 본인이 가장 만족했던 곡은 무엇이고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곡이 있다면.
선우: 사실 연주에는 항상 아쉬움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연주자의 직업이라는 것이 최상의 연주를 하기 위해서 계속 살아 가고 그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니까요. 제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곡 중의 하나가 슈베르트 가곡 리타나이(Schubert-Liszt, Litanei auf des Fest Aller Seelen) 를 좋아하는데 짧은 곡이지만 연주 때에도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송: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연주무대로 앞으로 무척 바빠지실텐데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지
선우: 다가오는 연주들을 최상의 조건들로 좋은 연주를 해야겠지요.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좋은 연주를 들려드리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은 우승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데…항상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진실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 제 꿈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겠습니다.

송: 본인이 일생을 통해서 꼭 남기고 싶은 레코딩이 있다면
선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곡가는 슈베르트이기 때문에 슈베르트 소나타 후기 작품들을 남겨 보고 싶은데 그것은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구요. 너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기는 힘드네요.

송: 반클라이번 우승이라는 한국인으로서 역사적 수상을 하셨는데 고국의 팬들과 어린 음악가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선우: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부족할 수도 있는 연주를 항상 관심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모든 연주자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완전한 연주는 없기 때문에 늘 부족하다 생각하거든요. 가슴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연주를 위해 노력하겠고 지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축하합니다!

Interview by Hyeyoung Song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 “젊은 예술가들을 향한 찬가”

Filed under: Column — admin @ 6:1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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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
“젊은 예술가들을 향한 찬가”

지난 월요일,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쿨은 여섯 명의 최종 결선진출자를 발표하였다. 6월 10일까지 무대에 오를 피아니스트들은 한국의 선우예권 군과 홍콩의 레이첼 청, 러시아의 유리 페보린과 게오르기 챠이즈, 미국의 다니엘 슈와 케네스 브로버그이다. 아름다왔던 준결선 무대의 주옥같은 순간들과 대회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김다솔(한국)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D. 960에서 음표 너머 작곡가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내면적 표현력이 탁월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지상에 발 붙힐 곳 없이 떠도는 슈베르트의 보헤미안적 숨결을 따라 부유하는 동시에,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 또렷한 의식의 연주. 작곡가가 흠모하며 뿌리내렸던 클래시시즘과 무르익은 로맨티시즘의 숨막히는 대화, 악장 간의 절묘한 대조. 진정성과 측은지심을 담은 음색으로 청중을 울릴 수 있는 음악가, 밝은 앞날을 기대한다.

유통선(중국)
여린 체구에 등을 구부려 앉은 스물 한 살의 이 피아니스트가 있는 곳은 절대고독의 광야이다. 그 곳은 지상의 묵직한 고통도 천사의 콧노래도 가장 가깝게 듣는 곳이다.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공명된 음색, 강요받거나 주입되지 않은 표현, 피아니스트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보이싱…지독한 외로움의 댓가로 그에게 주어진 것은 꾸밈없는 자유. 그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연주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음색과 표현과 극도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한 채 모든 음에 색깔을 부여하고 말하게 하는 능력, 창조적인 원근법적 구성력을 지닌 명연이었다.

김홍기(한국)
특유의 음악적 유연함을 지닌 연주가이다. 유려하고 섬세한 모짜르트 협주곡에서 욕심없이 아름다운 표현과 음색이 빛났다. 뛰어난 테크닉과 사려깊은 섬세함으로 광란적 클라이맥스로 몰아가기 쉬운 칼 바인 소나타에서도 주제의 명징성과 아름다운 음색으로 끝까지 본질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섬세한 결의 연주자, 그의 음악이 그 결을 따라 아름답게 꽃 피우길 기원한다.

게오르기 챠이즈(러시아)
음의 울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탁월한 음악가. 모든 연주에서 노래하는 톤과 조화된 화성의 울림이 아름다왔다. 그 중에서도 그의 슈만은 백미. 완숙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문학적인 우아함과 생기가 가득찬 연주. 미지의 향수와 동경을 불러 일으키며 잡히지 않을 듯 실체가 보이지 않는 로맨티시즘의 실체를 건져냈다.

선우예권(한국)
과연 진정성과 따뜻함이 살아 있는 감동적인 연주를 펼쳤다. 어떤 곡에서든 작곡가 자신이 되어 버리는 연주가. 그의 연주는 감성과 이성의 완전한 일치점을 지닌 연주가들만이 주는 특별한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베에토벤 소나타에서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감추어진 작곡가의 치열한 내면적 갈등과 전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 냈다. 음 하나에 담긴 고통과 환희를 읽어내는 연주에 청중들도 마지막 음이 영원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함께 했다. 주옥같은 순간이었다. 어떤 기교적인 부분조차 잘 친다는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만드는 연주자. 그래서 그의 스트라우스는 황홀했다. 프로코피에프에서는 풍성한 음악적 어휘력이 발휘되었다. 구조에 대한 비율감도 탁월하다.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레오나르도 피에르도메니코(이탈리아)
클라라 하스킬을 연상시키는 영롱함, 단순하고 우아함,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움을 가진 그의 모짜르트 협주곡 연주. 아무리 작은 소리에서도 왼손 화성의 각 라인이 노래하게 하는 그 투명성이 귀를 의심케 할 정도이다. 숙명적인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조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재회하는 순간에 열리는 가슴벅찬 세계. 아름다운 프레이징, 풍만한 테이스트가 돋보이는 연주가이다.

예선부터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준 김다솔 군이 여섯 명의 최종결선진출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음악관계자와 청중들에게 아쉬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가와 기업 차원의 후원과 더불어 음악을 사랑하는 발걸음이 하나 둘 모인다면, 우리의 귀한 재능들이 기회의 문 앞에서 좌절하거나 적어도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는 일로부터 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작곡가 바르톡은 “경쟁(콩쿨)은 경주마를 위한 것이지 예술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김다솔 군과 김홍기 군은 이제 돌아가 다시 기도하듯 피아노 앞에 앉을 것이다. 선우예권 군은 홀로 무대를 빛내며 훌륭한 연주를 선사하고 있다. 격려와 응원을 받아 마땅한 이 젊은 예술가들의 음악과 앞날을 함께 지켜 봐 주시길.

송혜영
피아니스트, 음악박사
웨더포드 컬리지 Artist in Residence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 우승 기념 인터뷰] 진실과 위로를 남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Filed under: Column — admin @ 6: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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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 우승 기념 인터뷰
진실과 위로를 남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평화로이 쉬어라, 모든 영혼이여”

지난 6월 10일,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선우예권(28) 군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영예의 금메달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시상식 현장과 전화기 너머 그와 나눈 이야기들.

송혜영(이하 송): 예선부터 모든 연주가 훌륭했지만 타연주자들과 확연히 구별된 실내악 연주에서 우승을 최종장담했다. 그럼에도 1위 호명을 앞둔 순간 만큼은 얼마나 긴장되던지…
선우예권(이하 선우): 음악은 주관적인 것이고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 나 또한 매 순간 떨면서 임했다. 하지만 연주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최대한 마인드 콘트롤을 했던 것 같다. 실내악 연주 때 나도 참 행복했다. 워낙 실내악을 좋아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재미와 감동이 더 크다. 연주 후 브랜타노 콰르텟에게서 따로 이메일을 받았다. 너무 좋았다고. 아마 앞으로 함께 더 연주를 하게 될 것 같다.

송: 축하한다! 콩쿨을 위한 연주가 아니고 각 라운드마다 완성된 리사이틀을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중점을 둔 점이 있다면.
선우: 세 번에 걸친 솔로 리사이틀을 연주자 재량으로 자유롭게 짤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실제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짜듯이 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또 최대한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아이디어들과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드리려고 신경을 썼다.

송: 아름다운 선율 뒤에 숨겨진 작곡가의 내면적 갈등과 전투를 담아낸 베에토벤 소나타 Op.109 는 감동이었다. 이십 대의 나이에 베에토벤 후기 소나타를 완전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표현해 내는 능력이 놀라왔다. 작곡가와 곡을 배우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선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가 슈베르트인데 아름답고 행복한 선율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장조의 밝은 멜로디에서 슬픈 감정이 느껴진다. 베에토벤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악보에 모두 표기해 놓았기 때문에 그의 의도에 충실하려고 악보를 보고 또 보았다. 그 후에는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청력을 거의 잃어가던 후기에 베에토벤은 복합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한 가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정들…나도 매 번 칠 때 마다 감동을 느끼며 친다. 하지만 개인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끝까지 악보에 메달리려고 노력했다.

송: 이번 콩쿨에서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곡과 아쉬움이 남는 곡이 있다면.
선우: 연주에는 항상 아쉬움이 조금씩 있는 것 같다. 연주자의 직업이라는 것이 최상의 연주를 하기 위해서 살아 가고 그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니까. 슈베르트 가곡 ‘위령가’ (Litanei auf des Fest Aller Seelen)를 무척 좋아하는데 짧은 곡이지만 연주할 때에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송: 그렇쟎아도 그 곡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지인들이 많다. 그 곡이 본인에게 각별한 이유와, 진한 감동을 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선우: 위령가. 가사만 봐도 와 닿는 곡이다. 음악의 위대함 때문인 것 같다. 슈베르트와 같은 작곡가의 위대함이고. 내가 지향하는 것 또한 순수한 음악 그 자체, 이것 저것 양념을 치지 않은 고상함과 투명함을 간직한 그대로의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 곡을 연주하면서 나 또한 많은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송: 궁극적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가. 30년 후에 혹은 사후에 어떤 음악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선우: 감사하게도 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선생님들이 그냥 사람같다는 느낌… 음악가로도 훌륭하시지만 음악에 헌신하고자 음악가가 된 것이 아니라 음악이 그냥 삶이 되어 버리신 분들. 그 분들을 뵈면서 음악의 외양에 신경쓰기 보다는 본질로 들어가서 깊이 있는 감동을 들려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무슨 감정이든 청중들이 가슴 깊숙히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연주가가 되면 좋겠다. 또 한 번 느꼈던 감동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그런 연주자가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

송:모짜르트 콘체르토에서 스승이신 시모어 립킨(작년에 작고)의 카덴짜를 연주했다.
선우: 배운 것도 많았고 내겐 친할아버지 같은 느낌의 분이셨다. 생전에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모짜르트를 꼽으셨었다. 카덴짜 뿐 아니라 2악장을 연주할 때도 단순한 악장인데도 불구하고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선생님이 들으셨다면 자랑스럽다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송: 음악을 포함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선우: 진실성. 주위의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것저것에 흔들리지 말고 진실성 가지고 끝까지 음악하자고. 게으르거나 소홀해 지지 말고 진실성을 품고 나아가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송:스스로 평가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강점과 약점은?
선우: 강점은 다양한 레파토리와 연주여행의 스케줄을 소화해 낼 수 있다는 것. 약점은 내 연주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약점이라고 생각된다. 특별히 생각나는 약점은 모르겠다. 생각을 안하고 싶어서 그런지…(웃음)

송: 일생을 통해서 꼭 남기고 싶은 레코딩이 있다면
선우: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곡가는 슈베르트이기 때문에 그의 소나타 후기 작품들을 남겨 보고 싶은데 그것은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다.

송: 슈베르트가 그토록 각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우:그의 음악은 마음으로 바로 다가오는 것 같다. 살다보면 통곡할 때도 있지만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무언가에 눈물이 절로 흐를 때도 있지 않은가. 슈베르트에게 그런 느낌을 받고 바로 그 점이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마음 속에 잔향이 은은하지만 오래 깊게 나는 것 같아서 특별하다.

송: 국제적으로 조명받고 롤모델이 되는 자리에 올랐다. 꿈을 키울 후배 음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선우: 아직도 잘 와 닿지는 않지만 후배 연주자들이 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깊이 있는 마음으로 음악을 대한다면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나의 말보다는 음악 자체가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그것을 깊이 있게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이 한 번 들어서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들을 수록 그 감정이 마음 속에 다가올 수 있고 더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고 전달력 있는 연주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 자체만을 진지하게 들으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는 이번 주 클라이번협회와 함께 뉴욕을 방문한 후 콩쿨 전 미리 예정되었던 연주를 위해 곧바로 독일로 떠난다. 7월부터 본격적인 미주 투어가 시작되고 10월에는 포트워스에서 우승 기념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인생의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는 시간, 그가 남긴 것은 승리의 짜릿함이 아니라 음악의 위대함, 진실과 위로였다.

“평화로이 쉬어라, 모든 영혼이여/두려운 고통 다 겪고/달콤한 꿈도 끝난 영혼들/삶에 지쳐, 태어남이 없이/ 이 세상에서 떠나간 사람들/ 모든 영혼은 평화로이 쉬어라” (슈베르트 ‘위령가’ 중에서)

글 송혜영
피아니스트, 음악박사
웨더포드 칼리지 Artist in Residence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로의 초대”

Filed under: Column — admin @ 6: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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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부터 포트워스 배스홀에서는 제 15회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리고 있다. 예선과 준준결선을 거쳐 김다솔, 선우예권, 김홍기 군이 12명이 선발되는 준결선 무대에 진출하였다. 한국인이 세 명이나 준결선에 진출한 것은 콩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뿐더러 수준 높은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 젊은 연주자들을 지켜보자니 기쁨과 대견함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자랑스러운 한국 연주자들과 더불어 주목받는 연주자들을 소개한다.

연주자 자신의 음악에 대한 경외와 기쁨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소통적 연주를 들려 준 김다솔 군은 모든 참가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위촉작품에서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해석으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에서는 완숙한 테크닉과 색채감으로 청중의 귀를 사로 잡았다. 로맨티시즘과 신비주의, 복잡한 화성과 재즈 스타일의 리듬 등 작곡가의 다면적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스크리아빈 소나타 4번에서는 완벽하게 말의 고삐를 지배하는 명수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연주를 했다. 특히 심미적 구성력이 돋보인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에서는 육체적 병약함과 감정적 소용돌이 너머 작곡가의 영혼을 투명하게 건져내었다. 음악적으로 재구성된 24개의 시공간은 바하의 전주곡과 푸가에서와 같이 전우주적이었고, 흡사 영육이 분리 공존하는 베에토벤 후기 소나타에서의 성스러움을 불러 일으켰다. 곡 사이에는 의도적 대조나 연결 보다는 무심한 말줄임표를 던지고 떠났다가, 이내 차가운 현실의 벽 너머 반복적으로 울리는 낮은 음을 따라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곳으로 청중을 인도했다.

진지하고 심오한 예술성을 지니는 동시에 듣는 이를 완전히 설득해 버리는 연주를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특히 이십 대 초반의 혈기 넘치는 젊은 연주자라면. 23살 미국 피아니스트 케네스 브로버그는 이것을 가능케 하는 명연을 선사했다. 투명하고 생명력을 가진 음색과 매 순간을 반짝이고 전율하게 하는 창조적 모멘텀, 특히 하프시코드 음색을 흉내낸 것이 아닌 청중의 귀에서 스스로 상상해서 듣게 만드는 그의 바하는 신기한 마법과 같았다. 명징한 주제와 흩어졌던 퍼즐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게 하는 탁월한 구성력은 모든 스타일의 곡에서 다이나믹과 리듬의 왜곡없이 극적 클라이맥스로 몰아가는 힘을 발휘했다.

실연에 함께 하지 못 해 아쉬웠지만 인터넷 중계를 통해 본 선우예권과 김홍기 군도 심사위원과 청중들에게 각인을 남긴 훌륭한 연주를 들려 주었다. 선우예권 군은 정제된 음악성, 흠잡을 곳 없이 조화로운 비율감, 극적으로 몰아치는 힘, 모든 곡에 있어 사려깊은 따뜻한 표현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김홍기 군은 뛰어난 테크닉과 아름다운 음색, 폭넓은 음악성을 지닌 연주를 들려 주었다. 특히 평소 콩쿠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을 연주하며 로맨티시즘의 실타래를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극적으로 풀어내어 무궁무진한 장래성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한 청중은 팔 십 평생에 이 멋진 곡을 처음 들어보게 된다며 연주자에게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참가자 중 가장 아름다운 음색의 연주자라고 할 만한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피에르도메니코, 바하에서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 정통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예술성의 경지를 들려준 중국의 유통 선, 18세의 최연소 참가자이자 심오하고 강렬한 연주를 한 캐나다의 토니 양, 명료하고 시적인 표현력의 홍콩의 레이첼 청 등도 역시 주목해야 할 연주자들이다.

대회 내내 모든 연주를 들었다는 한 노신사는 각 연주자들의 이름 옆에 자신만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종이 한 장을 내게 내밀었다. 하지만 체조나 다이빙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음악에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도무지 어렵다며 이내 곤란한 심정을 토로한다. 순수예술을 경쟁 구도에 놓는 모순적 폐해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받는 기회로서 콩쿨은 젊은 음악도에게 통과의례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콩쿨 결과 자체가 그들의 음악인생에 어떤 의미가 될런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작 콩쿨은 함께하는 청중들에게 더 큰 선물을 선사하는 축제가 된다. 음악적 진실 앞에 자신을 내던진 이들 앞에서 우리는 어느새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더 진실되고 더 아름다운 음악을 향해 귀를 활짝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휴머니즘의 본향을 향한 여정이 될 이 축제로의 초대장을 피아니스트 반클라이번의 말로 대신한다.

“위대한 클래식 음악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관한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인간의 소통에 있어 표현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대신하고 우리에게 심오함을 주고 의식을 고양하며 희망을 줍니다.”

클라이번 콩쿨은 6월 10일까지 계속되며 포트워스 배스홀과 cliburn2017.medici.tv 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글 송혜영
피아니스트, 음악박사
웨더포드 칼리지 Artist in Res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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